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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몽골 유목민 전통과 생활상 파괴과정 ‘생생히’
 작성자 : 관리자 2011.07.13 11:58:36, 조회 1,325 

  • 갈산 치낙 지음/서경홍 옮김/수다/1만2000원
    푸른 하늘-갈산 치낙 지음/서경홍 옮김/수다/1만2000원

    “맑은 날이면 파란 하늘에 노랗게 빛나는 별이 총총했고 그 빛이 흘러내려 가축들의 등에서 반사되었다. 이 희미한 별빛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며 양의 젖통에 매달려 있었다.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 어둠 속에서 엄청난 추위가 파도처럼 끝없이 몰려왔다. 그럴 때면 언제나 하품이 났고 우리는 엄습하는 피로를 떨쳐버리기 위해 참으로 무진 애를 써야 했다.”

    “하루하루 살아남아 혹시 좀 나아질지도 모르는 내일까지 힘겹게 견디는 것이 전부였다. 가끔은 내게도 죽을 조금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형편이 좀 좋아지는 때가 오면 항상 죽만 먹기로 결심했다.”

    “네가 세상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우리 자신도 주변이 동물들과 가까운 친척 같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항상 옆에 있는 사람들과 왜 같이 못 살겠느냐? 우리는 나무의 새싹이고 어머니의 자식들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몽골 작가 갈산 치낙(68)의 청소년 소설 ‘푸른 하늘’은 몽골 투바족 소년의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항상 붙어 지내는 친구이자 든든한 보호자 같은 개 아르지랑이 아파서 죽는 꿈이었다. 어머니는 꿈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며 멀리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말하고 침을 세 번 뱉으라고 말해주지만 소년은 이미 어머니에게 말해버린 뒤였다.

    언행일치를 보여준 몽골 작가 갈산 치낙.
    1962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동독에서 문학을 공부한 갈산 치낙은 풍부한 감수성으로 한 소년의 어린 시절을 펼쳐보인다. 몽골 초원에서 살아가는 유목민 생활과 소년의 가족이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지난한 싸움과 함께 오랜 전통과 사회구조가 점차 변화를 맞고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1943년 소련에 병합된 몽골 유목민들은 소련의 계획경제로 인하여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갈산 치낙이 소속된 투바족 같은 소수민족은 그 체제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고유한 문화는 새 체제의 유입으로 파괴되고, 언어조차도 사멸 위기에 놓인다. 할머니의 죽음은 전통문화의 단절을, 아르지랑의 죽음은 새로운 문명에 의한 유목민 생활의 파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갈산 치낙은 정착문화에 의해 파괴된 유목문화를 고발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소설에서뿐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민속축제인 나담축제에 참가한 몽골인들이 전통복장을 한 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소설가 배수아 제공
    1996년, 갈산 치낙은 몽골 북부로 강제 이주하였던 투바 유목민을 이끌고 63일 동안 2000㎞를 이동하여 고향인 알타이산맥으로 돌아온다. 칭기즈칸 이후 가장 거대했던 이동 행렬은 세상 사람들을 놀래주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일 년에 수개월씩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는 갈산 치낙은 투바족에 대해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섬”이었다고 말하면서 그들 문화의 보존과 장려에 힘쓰고 있다. 갈산 치낙의 이 노력은 소수민족의 문화 보존의 영역을 뛰어넘어 자연을 경외하면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생명운동으로 이어진다.

    갈산 치낙은 서구 문명의 병폐와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문화적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에 유목민의 친환경적인 시각을 열어주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몽골어도 투바어도 아닌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이유이다.

    ‘스물 그리고 하룻날’을 비롯해 ‘헐벗은 아이들’ ‘검은 땅’ ‘흰 산’ ‘칭기즈칸의 아홉 개의 꿈’ 등의 작품집이 있는 갈산 치낙은 최근 자전소설 ‘회귀’를 발표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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