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배노, 텐 요가르 도스타흐에(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뭉크 쉬츄르메베(송금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광희동지점에는 일요일임에도 은행 업무를 보러 온 20여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간이 들리는 “외국인 등록증 가져오셨어요?”라는 정도의 한국어를 제외하면 지점에서 오가는 말들은 알아듣기 힘든 몽골어다. 직원들도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 지점은 매주 몽골인들만을 위해 문을 열고 있다. 우리은행은 평일 영업시간 중 은행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이 외에도 혜화동, 독산동, 창신동, 의정부지점 등 총 5개의 외국인 근로자 특화영업점을 두고 있다. 이 영업점들은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해당 외국인을 위해 특별 영업을 한다. 우리은행은 필리핀 BPI 은행 및 몽골 칸 은행과 제휴를 맺고 일요일마다 해당 은행의 직원이 상주하도록 했다. 한국어 및 한국
금융회사 이용에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이 손쉽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광희동지점 창구에 나와 있는 직원도 한국인 직원 2명을 제외하면 몽골인이 3명으로 더 많다. 몽골 칸 은행에서 파견돼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툽신씨를 비롯해
계좌 없는 송금
서비스를 위한 머니그램사 파견 직원, 그리고 쉼터 상주 직원도 몽골인이고 한국 대학교
석사 과정에 유학 중인 몽골인 학생도 업무를 돕는다.
이 때문에 지점에 들어온 사람들은 “몰공훙 한벤(몽골 직원은 어디에 있나요)?”이라고 물어보고는 몽골 직원을 찾아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지점을 이용하는 몽골인들의 반응은 무척 뜨겁다. 이날 일요근무를 총괄한 이 지점의 신경숙 차장은 “일요일 하루 평균 100여명의 몽골인들이 방문하는데 주로 송금 업무가 많다”면서 “전남에서도 오는 등 전국에서 모이는 경우가 있어서 가끔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번 방문하고 나면 가까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자동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안내해 방문을 줄이는 점까지 감안하면 우리은행을 이용하는 몽골인 고객의 수는 크게 늘어난 셈이다. 초기에 어떻게 송금을 해야 할지 몰라 수원에서 이날 지점을 찾아온 어유나(여·50)씨는 “몽골로 송금도 하고
분실한 우리V외국인 체크카드도 재발급받았다”면서 카드를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2006년 한국에 처음 온 이후 우리은행 계좌를 만들어 꾸준히 거래를 하고 있다는 그는 “일요일에 영업을 하니 정말 편리하다”면서 “다른 곳에서는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일을 보기 어려운데 여기서는 모국어로 정보도 얻고 일처리도 하니 좋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바타(30)씨는 이날 친구와 함께 올라와 계좌를 만들고 송금을 했다. 바타씨는 “친구를 통해 일요일에 문도 열고
몽골어로 업무 처리를 해주는 은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일요일에 은행들이 다 쉬는데 몽골인들을 위해 문을 여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이곳에 몽골타운이 있어서 자주 모이는데 은행 업무를 다 보고 나면 근처 몽골 음식점에 갔다가 시내
구경도 한 뒤 기숙사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 2층에는 몽골인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돼 있다. 칸 은행 파견 직원과 몽골
사회보장보험 파견 직원 등 2명의 직원이 업무를 보는 코너가 마련돼 있어 평일에는 2층에서 업무를 본다. 사회
보장보험에서는 근무 중 다쳤을 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보험 관련 업무를 봐 준다.
쉼터에는 몽골 책 300여권과 컴퓨터 2대, 음악 CD, 영화 DVD 등을 구비해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면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또 한국어 교재와 사전도 비치해 한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광희동지점은 지난해 서울 혜화동지점에 설치된 ‘필리핀 근로자들을 위한 작은 쉼터’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다문화사회를 맞아 재한 외국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만큼, 앞으로 이들을 위한 배려에 더욱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